스마트펜을 사용 후기 (결론 : 이도저도 아닌 패착… 사지마세요)
큰 기대로 시작된 스마트펜 구입
펜과 종이의 질감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곧바로 디지털화 되는 데이터를 통해 스마트 기기들을 이용해서 정보를 재확인하고 수정 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시작된 스마트펜 구입이었다. 그러나 나는 큰 실망을 하고 말았다.
장점은 있긴 있다. 그건 어차피 종이에만 글을 쓰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종이가 갑자기 강도를 당했을 경우에 내용을 보존 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다시 언급하겠지만사실상 이것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자 이제 직접 겪은 단점들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내 핸드폰도 충전하기 귀찮은데 언제 펜을 충전하고 있어?
- 잘 생각해보자. 펜과 종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손에 잡히는 곳에 두고 곧바로 쓰고 곧바로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펜을 충전중이다? 그러면 펜의 장점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다. 아주 가끔만 충전해도 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편하게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쓰는 이는 “노력”하지 않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최악이었다.
- 펜이 충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평소처럼 펜을 꺼내서 여러가지를 적고 있는데 섬뜻한 느낌이 들어 펜에 달린 led전구 쪽을 보면 불이 꺼져있다. 지금까지 쓴 내용은 그냥 종이에 그냥 펜으로 쓴 것에 불과하게 된다. 더 끔찍한 일은 어디서부터 기록이 안된 건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펜을 충전 하기도 귀찮은데 언제 데이터 동기화를 시키고 있어?
- 데이터 동기화는 수동으로 한다. 블루투스를 통한 동기화이지만. 방금 회의에서 쓴 내용을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펜을 꺼내서 동기화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럴꺼면 공책을 꺼내서 확인하는 게 훨씬 빠르다. 공책을 안가져왔을 때는 유용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공책을 안가져왔을 때는 필시 스마트펜도 안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펜이 없으면 동기화도 시킬 수 없으니 공책에 적은 내용 중의 최신 내용을 바로 스마트폰에서 활용하고 싶다면 매번 노트 필기가 끝날 때마다 펜에 동기화를 키는 작업을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건 정말 귀찮고 끔찍한 경험이다.
데이터가 꼬인다. 꼬여
- 어찌됐든 스캔처럼 완벽하게 모든 내용이 들어올 수는 없다. 가끔씩 오류가 생겨 글씨가 날아가는 경우는 뭐 예상했던 것이라 상관 없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노트 관리에 심여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노트가 꼬여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은 처음보는 희안한 노트에 내가 글을 썼다면서 새로운 공책 표지를 다운받으라고 시키기도 한다. 오마이 갓이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실수를 저질러서 가끔 오류가 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그런 것까지 조심조심해가면서 노트를 해야하나? 편하고 자유롭고 싶은 게 애초에 목표였던 나에게는 신경을 쓸 것이 늘어날 때마다 고통이 배가 된다.
여러개의 노트를 쓸 수 없습니다.
- 아주 다른 종류의 노트는 쓸 수 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다이어리 하나와 줄노트 그리고 무지노트 이렇게 3개를 동시에 쓸 수 있다. 각각 동기화 되지만. 그런데 줄노트만 3개를 주제별로 나누어 쓰는 스타일의 유저라면 그런 활용이 불가능하다. 제품의 컨셉이 가진 태생적인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원하던 필기감이 아니야.
- 종이 필기를 너무 좋아해서 디지털을 이용한 메모를 거부한 사람이 이 제품을 사는 경우라면 이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갈 것이다. 애초에 종이 덕후에 펜 덕후인. 사람들에게 이 스마트펜이 제공하는 필기감은 만족감을 줄 가능성이 아주아주 낮다. 어떤 펜으로도 만족감을 주기 힘든 이런 사람들에게 정해진 기기에 정해진 규격의 펜만 호환되는 필기 경험을 강요한다면? 이 사람들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겠지만 속으로는 서서히 죽어간다.
노트 필기 검색과 페이지별 태그 지원은 장점
- 노트 필기를 이용해서 텍스트 검색이 되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확실히 펜으로 쓰기 때문에 필체가 더 안정적이고 그래서 그런지 텍스트 검색도 잘 먹히는 편이다. 그런데 이미 한 필기를 수정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 애초에 그런 기능을 위해서 만들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태그 기능도 지원한데 이건 정말 잘 사용한다면 뽕을 뺄 수도 있는 좋은 옵션이다. 그러나 에버노트 같은 다양한 태그 검색 및 변경 등의 기능을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건 직접 사용해보고 자신의 필요에만 맞다면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전용 어플을 사용해보려면 펜을 사야한다. 어차피 펜이 없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어플이면서 어플의 만듦새를 보는 것을 막아두었다. 정말 빡이 도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사용 해볼 기회를 주지 않고 사게 만드는 어플들은 엉망이 경우가 많다는 걸, 여러분들도 대강 알고 있을 것이다.
결론 : 노타빌리티를 사세요
패드를 가지고 있다면 노타빌리티를 사면 모든 문제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패드만 있다면 가격도 오히려 저렴한 선택지입니다. 필기 되지 녹음 되지 수정 되지 검색 되지 변환되지 안되는 건 없지요. 유일한 단점이라고 하면 종이에 쓰던 그 질감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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